주의!
당신은 이제 누군가의 침대 밑 비밀스러운 보관함을 보게 됩니다.

나의 보관함

보관함은 나라는 사람을 비밀스럽게 보관해두는 '상자'이다. 침대 밑 같은 남들이 찾기 힘든 곳에 보관함이 주로 위치하고 있기도 한다. 나에 대한 지극히 사적인 것들을 담은, 남을 고려하지 않아도 되는 목적의 상자다. 이 상자에는 과거의 내가 수집한 것들이, 궁극적으로 내가 꿈꾸는 것들이 담겨있다.

상자를 정리하다보니 중요한 지점을 발견했다. 어릴 적의 나와 몸이 어른이 된 나는 크게 다른 사람이 아니라는 것. 어릴 적 좋아했던 것들을 여전히 하고 있을 때, 심지어 더 깊숙히 빠져들 때 나는 그때와 같이 순수한 즐거움, 행복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아마 이건 40세, 60세의 나도 마찬가지일 것이랴

나뭇잎&귤껍질

말라비틀어진 귤껍질, 색바랜 꽃들, 이파리는 제주도에서 나고 자란 어린 시절의 수집품이다. 초등학교 점심시간마다 나무 아래에서 줍던 제밤, 한라산 숲길과 곶자왈의 나뭇잎, 동백꽃 압화. 가족이 감귤 농장, 한라봉 농장을 하기 때문에 집에는 귤이 끊이지 않았다. 차를 만들기 위해 잘 말린 귤껍질의 잔향이 아직 상자 속에서 은은하게 남아있다.
어릴 때는 그토록 떠나고 싶던 섬이었으나 지금은 갈때마다 푸른 바다와 오름에 서려있는 아름다움과 추억이 나를 붙잡는다. 고향인 제주도 방문은 여행 같이 짧고 늘 아쉬움을 가지고 서울로 돌아온다.
자연에 대한 향수 때문일까? 산 속에 들어가는 등산은 대학생이 된 이후 새로운 취미가 되었다.

영화 포스터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고 나온 뒤, 영화가 마음에 들면 꼭 앞에 비치된 영화 포스터를 챙겨와 파일 안에 모아두었다. 다시금 포스터들을 보면서 내가 이때 이런 영화를 봤었지 하는 감상에 젖기도 한다. 모아놓은 영화 포스터들을 보면 나의 영화 취향이 보인다.

최근에는 이러한 수집 방식이 디지털 세계로 옮겨왔다. OTT 플랫폼 보관함 속은 보고 싶은 영화들, 본 영화들의 메인 포스터 이미지로 가득차있다.
겨울왕국 화양연화
어릴적 애니메이션, 영화에 대한 사랑이 이어져 지금은 애니메이션 영화 감독이 되......진 못했지만 꿈꾸는 학생으로 열심히 공부 중이다.서울국제여성영화제 자원봉사자, 인디애니페스트 관객심사단으로 참여해 영화제와 업계를 살펴볼 수 있었다.

책 중에서도 특히 만화책을 좋아한다. 좋아하는 만화책, 직접 그려 반 친구들을 대상으로 연재하기도 했던 만화들을 모아두었다.

국어국문학과 전공수업인 문예창작론(1)을 수강하면서 단편 혹은 웹 소설을 써보는 경험을 하고 있다. 지금은 '인간의 행복수치를 관리하는 증권회사'를 소재로 단편 소설을 기획 중이다. 주식 등 경제 용어와 증권 회사 자료조사 및 인터뷰가 더 필요한 상황이다. 나중에 장편 애니메이션 시나리오로의 발전을 염두에 두고 세계관을 기획했다.

도서관은 학교 안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장소이고 그렇기에 현재 근로를 도서관에서 하고 있다. 고요한 분위기 속에서 원하는 책을 바로 찾아 읽고 공부할 수 있음에 행복감을 느낀다. 4층 철학종교실에서 근로 중인데 MBTI와 별자리, 사랑의 심리학, 신화 등 은근 재밌어보이는 책들이 많다.
*이건 근로생들만 아는 비밀인데 4층 담당 선생님 책상 옆에는 근로생들을 위한 간식상자가 있다.

동전&돈

IMF 시기 나온 동전과 이제는 발행하지 않는 1원, 5원짜리 동전들의 가치가 비싸다는 이야기를 듣고 동전들을 저금통에 모아두었다. 수많은 동전 중 1998년도짜리가 있겠지 하며 찾아본 기억이 난다.
중학교 때는 친구를 따라 외국 동전을 수집하기도 했었다. 그러기엔 나라는 뉴질랜드, 중국, 태국, 영국 정도밖에 없긴 했었지만 말이다. 사실 이 수집도 나중에 더 높은 가격에 되팔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으로 시작한 재테크였다.

돈에 대한 욕망은 지금껏 이어져, 주식 투자로 돈을 벌겠다는 생각으로 '대학생을 위한 실용 금융' 수업을 수강하고 있다. 그 수업에서 가장 자산 1000만원으로 매주 모의투자 과제를 진행하고 있다. NAVER를 샀지만 네이버가 나를 배신할 줄은...... 한 주 사이에 만 원 넘게 하락하며 내 수익률은 반 수강생들 중 뒤에서 5등이다. 실제 주식투자였으면 난 지금 시퍼렇게 질려있겠지.

티켓

연극, 뮤지컬 공연, 전시를 보고나면 티켓을 모아둔다. 대학생이 되어 처음으로 내 돈 주고 사서 본 뮤지컬 CHICAGO. 성인이 돼서 본 첫 공연이라는 의미에 걸맞게 강렬하고 섹시한 공연이었다. 지금까지 봤던 공연 중 제일 이상하고 낯설었던 중국 희곡 낭독 공연이 기억에 남는다. 차마 재밌었다곤 말 못하겠다.

뮤지컬 공연 디자인

공연을 위해 제작한 티켓 뮤지컬 동아리 오픈런에서 3월 정기공연 때 <무인도 탈출기> 디자인팀으로 활동했었다. 공연 제작에 참여해보면서 무대 세트 제작과 연출에 흥미를 느꼈다.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과 팀을 꾸려 공연 제작사와 함께하는 무대 디자인 프로젝트에 참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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